"분명 양치질도 열심히 하는데 유독 충치가 잘 생기는 것 같아요"라는 말씀을 종종 들으시죠. 정말 충치 체질이 따로 있는 건지, 쌍둥이 연구와 유전자 분석 논문을 바탕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Q. 충치도 유전될 수 있나요?
네, 상당 부분 그렇습니다. 스웨덴의 대규모 쌍둥이 등록 자료를 분석한 2020년 Journal of Dental Research 연구에서는 충치 경험의 유전율(heritability, 개인차 중 유전으로 설명되는 비율)을 측정 방식에 따라 49.1~62.7%로 추정했습니다. 쉽게 말해 사람들 사이에 나타나는 충치 발생 정도 차이의 절반 안팎이 유전적 요인으로 설명된다는 뜻입니다. 흥미롭게도 가족이 함께 공유하는 환경(집안의 식습관 등)의 영향은 15% 미만으로 비교적 작게 나타났고, 개인마다 다른 환경 요인(각자의 양치습관·식습관 등)이 33.1~46.4%를 차지했습니다.
Q. 모든 연구가 똑같은 결론인가요?
아닙니다. 2023년 Journal of Dentistry에 실린 체계적 문헌고찰·메타분석은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 19건을 종합했는데, 일란성 쌍둥이가 이란성 쌍둥이보다 충치 경험이 더 비슷하게 나타나는 경향(교차비 5.94)을 확인했습니다. 다만 사용한 지표에 따라 결과가 엇갈렸고, 저자들 스스로 "근거의 확실성이 매우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충치와 유전의 관계는 여전히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분야라, 숫자 하나로 단정하기보다는 "유전적 영향이 분명히 있다" 정도로 이해하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유전자가 관련 있나요?
미국치과의사협회(ADA)가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몇 가지 경로가 있습니다. 먼저 치아 겉면(법랑질)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아멜로제닌(AMELX)·에나멜린(ENAM) 같은 유전자의 변이가 충치 경험과 관련이 있습니다. 법랑질이 약하게 형성되면 산에 더 쉽게 녹아 충치가 더 빨리 진행될 수 있습니다. 둘째로 침의 산도(pH)를 조절하는 CA6, 침 분비에 관여하는 AQP5, 전분을 분해하는 아밀라아제(AMY1) 같은 침 관련 유전자도 충치 위험에 영향을 줍니다. 셋째로 단맛을 느끼는 민감도에 관여하는 미각수용체 유전자(TAS2R38)도 충치 위험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됩니다 — 단맛에 둔감할수록 단 음식을 더 많이 찾게 될 수 있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Q. 그럼 유전이니까 관리해도 소용없나요?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습니다. 유전율이 50~60% 안팎이라는 것은, 나머지 40~50%는 관리로 바꿀 수 있는 몫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앞서 소개한 연구에서 가족이 함께 공유하는 환경의 영향이 15% 미만으로 작았다는 결과는, 오히려 "같은 집에 산다"는 사실보다 개개인이 실제로 실천하는 양치습관·불소 사용·정기검진 같은 "바꿀 수 있는 요인"이 충치 발생에 더 크게 작용한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진료실에서는 이렇게 적용합니다
유전적으로 충치가 잘 생기는 경향이 있다고 해서 포기하실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부모님이나 형제자매 중에 충치가 많으셨던 분이라면, 더 일찍부터 더 자주 관리하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저희는 이런 분들께 정기검진 주기를 조금 더 짧게 안내드리고, 불소도포나 실란트 같은 예방 처치도 함께 고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