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병(치주염)은 입 안에서만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그런데 어디까지가 확인된 근거이고 어디부터가 아직 검증 중인 가설인지는 잘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제 학술지 연구를 바탕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Q. 잇몸병과 전신질환이 관련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
네, 치주염과 당뇨·심장혈관질환·치매 사이의 연관성은 여러 국제 학술지에서 꾸준히 다뤄온 주제입니다. 다만 모든 질환이 같은 근거 수준은 아니에요. 어떤 관계는 수십 년간 반복 연구로 '연관성이 확인'된 반면, 어떤 관계는 비교적 최근 연구에서 '가능성이 제기'된 단계입니다. 아래에서 질환별로 구분해서 살펴볼게요.
Q. 당뇨와는 어떤 관계인가요?
국제학술지 Diabetologia에 실린 리뷰 논문(Preshaw 등, 2012)은 치주염과 당뇨의 관계를 '양방향(two-way)'으로 설명합니다. 혈당 조절이 잘 안 되면 당화최종산물(AGEs)이 쌓이고 염증 반응이 활성화되면서 잇몸 조직 파괴가 더 심해집니다. 반대로 치주염으로 인한 전신 염증 반응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혈당 조절을 방해하는 쪽으로 작용합니다. 즉 한쪽이 나빠지면 다른 쪽도 함께 나빠지기 쉬운 상호 관계라는 것이 비교적 탄탄하게 확인된 내용입니다.
Q. 심장병과는 어떤 관계인가요?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가 2012년 국제학술지 Circulation에 발표한 과학성명서는 치주염과 동맥경화성 심장혈관질환 사이에 통계적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 성명서는 동시에 중요한 단서를 달았는데요, 치주염이 심장병을 '직접 유발한다'는 인과관계까지 증명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흡연·비만처럼 두 질환이 공통으로 가진 위험 요인 때문에 통계적으로 함께 나타나는 것일 가능성도 함께 논의되고 있어서, '관련은 있지만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정확한 요약입니다.
Q. 치매와도 관련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
2019년 국제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실린 연구(Dominy 등)가 특히 화제가 됐던 연구인데요, 알츠하이머병으로 사망한 환자들의 뇌 조직에서 치주염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균인 Porphyromonas gingivalis와 이 균이 만드는 독성 효소(gingipain)를 발견했습니다. 동물실험에서는 이 효소를 억제했을 때 신경 손상이 줄어드는 결과도 함께 보고됐습니다. 다만 이 역시 하나의 연구팀이 낸 결과이고, '뇌에서 발견됐다'는 사실과 '그 균이 치매를 일으켰다'는 인과관계는 다른 이야기라서, 학계에서는 추가 검증이 필요한 흥미로운 가설 단계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Q. 그럼 잇몸 관리가 전신 건강에도 도움이 되나요?
'잇몸 관리만 하면 당뇨·심장병·치매가 예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치주염 자체가 몸 전체에 만성 염증 부담을 주는 상태라는 점은 비교적 분명하기 때문에, 잇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전신 염증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잇몸 관리 = 전신질환 치료'가 아니라 '잇몸 관리 = 전신 염증 부담을 줄이는 습관 중 하나'로 이해하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Q.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요?
기본은 변하지 않습니다. 하루 두 번 이상 꼼꼼한 칫솔질과 치실·치간칫솔로 치아 사이까지 관리하고, 정기적인 스케일링으로 치석을 제거하는 것이 치주염 예방의 핵심입니다. 당뇨가 있으신 분은 혈당 관리와 잇몸 관리를 같이 챙기시는 것이 두 질환 모두에 도움이 되고, 잇몸 출혈·붓기가 반복된다면 방치하지 말고 치과에서 치주 상태를 확인받으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